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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체스터 장·스티븐 리틀 박사의 대화

“화가들은 자신들이 그린 작품에 고유의 도장이나 이름을 새깁니다. 날인 스타일에 따라 작품의 진품 여부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세월에 따라 도장이 바뀌는 화가도 있습니다. 바로 북한 화가로 유명한 김관호씨죠. 그의 작품을 분석하면 시대에 따라 날인 스타일이 다릅니다.”   LA카운티미술관(LACMA) 아시아관 디렉터이자 큐레이터인 스티븐 리틀 박사는 작가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한국 미술의 역사를 줄줄 꿰뚫었다.     리틀 박사가 최근 들어 공부하고 있는 이중섭 화가 이름도 나왔다.     “이중섭 화가의 그림을 분석하니 재미있는 게 발견됐습니다. 그가 쓴 검은색 물감이 진짜 검정 물감이 아니라는 거죠. 성분 분석 보고서를 보면 검은색은 동물 뼈를 태운 것입니다. 물감을 살 돈도 없을 만큼 가난해 검은 숯으로 변한 동물 뼈를 사용해야 했던 당시 예술가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리틀 박사가 설명한 작품 감정 보고서는 체스터 장 박사가 보여주는 다른 박스 안에 담긴 종이 뭉텅이에 있었다. 이 박스엔 장 박사가 소장한 미술품을 분석한 보고서들이 담겨 있었다. 보고서는 도자기나 그림의 색상과 재질, 재료까지 자세히 분석했다.     LACMA에 자신이 소장한 한국 미술품 1000여점을 기증하기로 한 장 박사는 그 기록들도 모두 미술관에 보낸다. LACMA가 앞으로 기증받은 한국 미술품을 활용하는데 필요한 기초 자료이기 때문이다.     장 박사가 자신의 미술품을 감정하기 시작한 때는 1960년부터였다고 했다. 지금도 미술 감정 기술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영국에까지 작품을 들고 가서 감정을 받았다고 했다.     감정하는데에도 거액의 돈을 들였다는 장 박사는 “지금 생각해도 가장 잘한 일 같다”고 말했다.     “감정하겠다고 결심하기 쉽지 않아요. 진품으로 확인돼도 잠을 못 자고 가짜로 판정받아도 잠을 못 이루기 때문입니다. 홍콩의 부호는 감정을 받으러 왔다가 그냥 포기하고 돌아갔어요. 하지만 난 두려움을 깨뜨리기로 결심했습니다.”   리틀 박사의 이야기를 듣던 체스터 장 박사가 의자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작은 항아리 하나를 꺼내며 한 말이다.     청록색 바탕에 새가 그려진 작은 항아리는 마침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다.   그가 가져온 이 작은 항아리는 이중섭 화가가 당시 남긴 도자기라고 했다. 항아리 바닥에는 이중섭의 이름을 알려주는 날인이 선명했다.     “한국전쟁 시절 부산에 그릇을 만들던 가마가 딱 1곳 있었죠. 그곳은 배고프던 예술가들이 유일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접시, 항아리 등 도자기 그릇에 그림을 그려서 팔면 돈이 됐거든요. 이중섭도 그렇게 자신의 재능을 팔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엔 자신의 그림이 들어간 접시를 모두 깨뜨렸다고 합니다. 예술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죠.”   이날 물감의 성능으로 시작된 둘의 대화는 화가의 작품 분석에서 한국과 중국의 문화 교류의 출발점까지 뻗어갔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마치 대학 강의 같다. 한국 미술사가 이렇게 재미있었나 싶으면서도 그 짧은 시간에 한국 미술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 찼다.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귀한 한국의 미술품을 LACMA에 기증하기로 결정한 장 박사의 결정이 새삼 존경스럽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작품들을 남가주 한인사회가 접하고 나눌 기회가 생겼다는 게 감사하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중앙 칼럼 체스터 스티븐 한국 미술사 한국 미술품 리틀 박사

2021-11-11

"체스터 장 기증품들은 한국 예술 알리는 보물"

한인사회의 올드타이머인 체스터 장(82) 박사가 평생 수집한 한국 미술품 1000여점을 LA카운티미술관(LACMA)에 기증하기로 한 것〈본지 10월 14일자 A-1.3면〉에 대해 LACMA의 아시아관 담당 국장이자 큐레이터인 스티븐 리틀 박사는 "LACMA가 한국 예술의 아름다움을 전세계에 알리는 출발지가 될 것"이라고 반겼다.   리틀 박사는 장 박사가 LACMA에 미술품 기증 의사를 밝힌 지난 3월부터 매주 한 차례씩 장 박사의 자택을 방문해 미술품을 분류하는 작업을 해왔다.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리틀 박사는 “우선 1차로 도록을 만든 후 전시회를 열어 일반인들에게 기증품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증자인 장 박사 가족을 초청한 기념행사도 열 예정이다.     이번 장 박사의 기증 소식에 한국에서도 관심이 커졌다는 리틀 박사는 오는 8일 한국을 방문해 기증품과 관련해 지원해줄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리틀 박사는 “이렇게 우수한 한국 미술품이 남가주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며 “체스터 장 박사가 LACMA에 기증한 건 한인뿐만 아니라 남가주 주민들과 나아가 전 세계에서LACMA를 찾는 방문자들에게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LACMA 블로그(https://unframed.lacma.org)에 체스터 장 박사의 기증 소식을 공개했다.   “사실 좀 더 늦게 알리고 싶었다. 보물들이 너무 많아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도 일손이 많이 부족하지만 모든 업무의 1순위를 장 박사의 컬렉션 정리에 쏟고 있다.”       -지금까지 받은 미술품을 소개한다면.   “한국화와 서예, 조각, 도자기, 옻칠, 가구에서부터 20세기 초중반의 예술작품까지 두루 갖췄다. 특히 삼국시대와 통일신라 시대 도자기와 고려청자, 조선 시대 자기를 비롯해 김명국(1600~1662), 김득신(1754~1822), 유운홍(1797~1859), 허련(1809~1893) 등 뛰어난 화가들의 회화작품도 포함됐다. 궁중 화가 이인문(1745)의 작품도 있다. 현대 작품으로는 한국의 두 번째 서양화가로 평가되는 김관호의 1957년작 ‘예술가의 딸’도 있는데 색이 너무 아름답다.”   -LACMA를 선택한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나.   “아마도 LACMA에 기증함으로써 전 세계에서 온 방문자들이 한국의 아름다운 예술을 관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LACMA는 매년 100만 명이 넘는 방문자들이 다녀간다. LACMA는 앞으로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한국 예술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활용할 것이다.”   -교육 프로그램 방식은.   “LACMA는 UCLA, USC, UC어바인, UC리버사이드, 옥시덴탈칼리지, 애리조나 주립대 등 미국 내 8개 대학과 교류하고 있다. 이들 대학에는 3년 과정의 석사 프로그램이 있는데, 2년 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1년 동안LACMA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수장고를 방문할 수 있고 각 컬렉션의 재질부터 연도 읽는 법 등 모든 과정을 배우게 된다. 사실 미국의 유명한 미술관에 한국사를 보여주는 미술품은 1~2개 정도뿐이다. 따라서 장 박사의 폭넓은 컬렉션은 학생들이 한국 미술사를 공부하는데 더없이 좋은 기회를 줄 것이다.”   -장 박사의 컬렉션은 언제쯤 볼 수 있나.   “현재는 첫 단계가 진행 중이다. 사진 전문가가 각 미술품을 촬영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이후 연도별, 종류별 등으로 분류하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각 도록에는 최대 200개 작품 정도만 실을 수 있기 때문에 책 1권으로는 부족하다. 계획으로는 앞으로 4~5년 안에 4~5권의 책을 출판하는 걸 예상한다. 1차 책이 출판되는 대로 전시회도 진행할 것이다. LACMA는 이미 2년간의 전시 일정이 짜여있지만 장 박사의 컬렉션을 가능한 한 빨리 일반인이 볼 수 있도록 내년 스케줄을 조절하고 있다. 또 오는 2024년에 오픈하는 새 건물에는 한국 미술관이 3~4개 생길 것이다. 장 박사의 컬렉션은 이곳에 전시될 것이다.”     -한인 커뮤니티에 하고 싶은 말은.   “LACMA는 앞으로 한인 커뮤니티가 후손들과 함께 찾아오고 싶은 미술관이 되도록 만들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미술사를 잘 알릴 수 있게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회를 진행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기업 및 한국의 다양한 재단들과 논의하고 있다. 기대해달라.” 장연화 기자아시아관 스티븐 아시아관 국장 리틀 박사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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